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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ification #3. 단물만 쏙 빼먹는 부정행위(Cheating), 어떻게 막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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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게이미피케이션을 들고 돌아온 시지온의 김민우입니다.
첫 번째 글에서는 Pointsification과 Badge Vomit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게이미피케이션 비판을 소개하고, 게이미피케이션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성을 가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두 번째 글에서는 포인트와 배지, 순위판(PBL)이 없는 게이미피케이션인 코카콜라 Chok 캠페인 사례를 소개하고, 게이미피케이션이 뻔해지지 않으려면 고객에 대한 이해(Why-How-What의 골든 서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마지막 편인 이번 글에서 다룰 주제는 게이미피케이션에서의 부정행위(Cheating)입니다. 오로지 보상만 노리고 달려드는 얄미운 사람들. 막대한 노력을 들여서 선보인 게이미피케이션을 악용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눠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Michael Wu와 Richard Bartle의 글과 발표문을 제 나름대로 공부해서 풀어 쓴 글입니다. 이 글에 좋은 부분이 있다면 찬사는 오로지 두 사람의 몫이고, 오류나 비판받을 부분은 모두 저의 몫입니다.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에서 원문을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이미지: 부정행위자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부정행위자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부정행위(Cheating)
어떤 시스템이든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서 설계자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시스템을 교란하는 사람을 부정행위자(Cheater 또는 Abuser)라고 부릅니다. 부정행위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검색엔진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 SEO)라는 명목 아래 알맹이 없는 페이지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링크 파밍(Link Farming) 사이트가 있습니다. 구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알고리즘을 개선해 왔지만 낚시가 근절되는 날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실시간 검색어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몰지각한 언론사, 영화 평가 사이트에서 별점으로 장난을 치는 홍보 담당자, 돈으로 앱 스토어 상위권 자리를 사는 다운로드형 리워드 앱등 부정행위자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부정행위는 시스템을 진흙탕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시스템 자체에 대해 신뢰할 수 없게 만들며, 결국에는 시스템을 존폐 위기로 몰아 넣습니다.
이미지: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합니다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도 사람이 설계하는 시스템이니만큼 부정행위의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웹사이트가 방문자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댓글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사용자가 댓글 하나를 작성할 때마다 마일리지가 10점씩 쌓이고, 마일리지가 1만점이 되면 문화상품권 1만원권을 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아뿔싸, 사이트 운영자가 깜박하고 그 외 다른 규칙은 세우지 않은 채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일찌감치 허점을 눈치챈 일부 선량하지 않은 사용자들은 내용 없는 댓글로 페이지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조금 뻔뻔한 사람은 이 페이지 저 페이지를 옮겨가면서 내용 없는 댓글을 1,000개 썼고, 아주 뻔뻔한 사람은 아무 내용 없는 댓글을 한 페이지에 1,000개씩 도배했습니다. 댓글 도배는 장판 도배와는 달리 너무나도 쉬운 일이라, 운영자가 한 시간 뒤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지급해야 할 문화상품권의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운영자는 더이상의 도배를 막기 위해 댓글 내용이 컨텐츠와 관련 있어야만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는 규칙을 추가합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은 댓글이 범람합니다. 운영자는 이런 댓글은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댓글 작성자들이 “본문 내용 중에 인상깊은 부분이라서 댓글로 옮겨 적은 것인데, 그것도 안되냐”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결국 사이트 운영자는 “우린 안될거야 아마” 한마디와 함께 의미 없는 댓글로 어질러진 사이트만 남기고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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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이런 창의력 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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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안될거야 아마

부정행위: 경제학적 관점
사람들은 왜 부정행위를 일으킬까요? 간단하게 생각하면
얻을 것이 있다: 충분히 가치 있는 보상이 눈 앞에 있고,
쉽게 얻을 수 있다: 그 보상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있으며,
나 하나 쯤이야: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비용과 편익을 따져서(cost-benefit analysis)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이유는 그것이 적은 노력(cost)으로 높은 효용(benefit)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합리적인 인간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길이죠. 따라서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용-편익 구조가 부정행위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부정행위로 얻을 수 있는 것을 줄이거나(편익 감소) 부정행위에 많은 노력이 소모되도록 만들어야(비용 증가)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합리적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부정행위를 그만둘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이미지: 비용-편익 분석은 신중히

비용-편익 분석은 신중히

1) 편익 감소: 인지 가치(Perceived Value) 축소
편익을 감소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보상의 가치를 낮추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댓글 100개에 문화상품권 만원권을 상품으로 줬다면 앞으로는 삼천원으로 줄인다든지 하는 것이 있겠죠. 그런데 이런 방법은 부정행위를 예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칫하면 모든 종류의 참여를 예방(?)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 인지 가치(perceived value) 입니다. 보상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자의 눈에는 보상의 가치를 낮추되 타겟 고객의 눈에는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어려운 줄타기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물질적 보상을 이용하는 곳이라면, 부정행위자에게는 별 가치 없는 (그러나 타겟 고객에게는 가치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상품권처럼 누구나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상품이라면 누구든지(부정행위자들까지) 군침을 흘릴 만합니다. 그러나 타겟 고객들만이 열광할 만한 희소성 있는 상품(예를 들어 만화 커뮤니티라면 한정판 만화책)을 준다면 부정행위자들의 참여 동기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한정판 만화책은 중고장터에서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상징적 보상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1편에서도 다뤘듯이 상징적 보상은 특정한 사회적 역학관계 안에서만 가치를 지닙니다. 부정행위자들이 대개 물질적인 보상을 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에게는 엿바꿔 먹지도 못할 상징적 보상의 인지 가치는 0입니다. 상징적 보상을 잘 활용하면 부정행위의 유인 동기를 없애면서도 타겟 고객의 참여 유인 동기는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잘 설계한 상징적 보상 체계는 그 자체로 훌륭한 부정행위 예방책입니다.
2) 비용 증가: 보상을 위한 기준 재설정
비용을 증가시키는 1차원적인 방법은 단순히 기준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문화상품권 만원권을 받기 위해 댓글을 100개 써야 했다면, 앞으로는 댓글을 만 개 써야 한다든지… 이러면 많은 부정행위자들이 ‘더러워서 안해’라면서 떨어져 나갈 수도 있지만, 역시 모든 종류의 참여를 예방(?)할 위험이 있습니다. 보상 정책이 일관성 없이 왔다갔다 한다는 비난도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비용을 증가시키는 조금 더 우아한 방법은 보상의 기준이 되는 지표를 부정행위자들이 통제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댓글 수’ 자체를 기준 지표로 삼으면 부정행위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습니다. 댓글을 많이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표는 직접적으로 통제하기 쉬운 지표입니다. 반면 댓글에 받는 ‘추천 수’와 같은 지표는 부정행위자들이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댓글을 많이 쓴다고 해도 다른 사용자들이 자신의 댓글을 좋아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물론 이런 방법도 완벽한 예방책은 아닙니다. 레딧(Reddit) 과 같은 커뮤니티에서는 서로의 글을 추천해 주고 반대편의 글에 반대를 남발하는 패거리(clique)들이 골칫거리입니다. 시스템의 허점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창의력 대장들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부정행위: 게임 디자이너 관점
부정행위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머드(Multi-User Dungeon, MUD: 텍스트 기반의 온라인 게임)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리처드 바틀(Richard Bartle) 교수에 따르면, 게임에서 부정행위자들은 스스로 부정행위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규칙에 의거해서 게임을 할 뿐입니다.
바틀 교수는 실제 세계의 게임과 컴퓨터 게임 사이에는 규칙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체스를 예를 들면, 실제 세계에서는 체스를 하면서 첫 번째 턴에 여왕 말을 가지고 상대편의 왕 말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체스의 규칙을 어기는 일이고, 모든 게이머들이 같은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게임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컴퓨터 게임은 다릅니다. 컴퓨터 게임에서 위와 같은 수를 쓸 수 없는 이유는 컴퓨터가 이를 금지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기(coded-out) 때문입니다.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프로그램이 금지하지 않은 모든 것들은 컴퓨터 게임에서 허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버그를 이용한 플레이를 하는 게이머의 잘못이 아니라 버그에 대해 패치를 내놓지 않은 개발자의 잘못인 것이죠. 얼핏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이어질 내용을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머드게임계의 악동 이고르(Egor)
머드게임계에는 이고르(Egor, 실명이 아닌 게임 ID입니다)라는 인물의 행적이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옵니다. 이고르가 등장하기 전에 머드 게이머들은 일종의 사회적 규약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입 게이머를 다짜고짜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 등등이 문서화되지는 않았어도 그 규약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머드게임이 태어난 곳은 영국의 에식스 대학교입니다. 신사의 나라 답게, 초창기 머드 게이머들은 이 암묵적 규약을 따르며 신사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미지: 21세기의 신사적인 게이머들

21세기 동방예의지국의 게이머들

그런데 1982년 돌연 나타난 이고르는 기존 게이머들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입니다. 일종의 해커였던 그는 프로그래밍에 의해 금지되지 않은 것들은 모두 허용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크립트를 작성해서 엄청난 속도로 레벨업을 하는가 하면, 다른 게이머의 ID로 위장해서 파괴를 일삼는 바람에 실제 ID의 주인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아, 물론 새로 가입한 게이머의 캐릭터를 다짜고짜 공격해서 죽이는 것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이런 악동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이고르(이 때 그의 나의 방년 15세)를 두고, 머드게임의 창시자 바틀 교수는 “이고르는 그저 해커 정신을 가진 괜찮은 녀석(nice guy)일 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컴퓨터와 게임에 심취한 사람들은 달라도 뭔가 다릅니다. 그렇지만 이고르가 머드게임 커뮤니티에 끼치는 해악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바틀 교수는 게임에 ‘죽음의 손가락(the Finger of Death)’을 하드코딩해서 이고르를 산산조각 내 버렸습니다. 무시무시하면서도 재치 있는 대응이었습니다.
이미지: 소년 이고르와 중년 이고르 (본명은 Andrew Glaister, 명작 게임 의 개발에 참여한 게임 프로그래머입니다)

소년 이고르와 중년 이고르 (본명은 Andrew Glaister, 명작 게임 <어스웜 짐>의 개발에 참여한 게임 프로그래머입니다)

바틀 교수는 이고르가 고의적으로 규칙을 어기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단지 이고르가 생각하는 규칙의 범위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에 국한될 뿐이었습니다. 만약에 게임 내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이고르는 생각했습니다. 만약 정당하지 않은 행동이라면 이미 프로그래밍에서 허용하지 않도록 처리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이머에게 규칙(Rules)이란?
바틀 교수에 따르면 게임에는 세 종류의 규칙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결정되는 규칙 / 명문화된 규칙 / 명문화되지 않은 규칙
1)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결정되는 규칙: 축구를 예로 들면, 5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공을 찰 수는 없습니다.
2) 명문화된 규칙: 파울을 범하면 상대편이 프리킥을 차게 됩니다.
3) 명문화되지 않은 규칙: 비신사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유형의 규칙을 모두 프로그래밍으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리적인 규칙과 명문화된 규칙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프로그래밍할 수 있지만, 수만은 암묵적인 규칙을 모두 프로그래밍하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암묵적 규칙은 게임 커뮤니티와 함께 유기적으로 변화하면서 추가되거나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이고르는 기존의 머드 게이머들이 모두 따르던 암묵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행위자로 다른 게이머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고르가 아무 규칙 없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역시 다른 게이머를 죽이되 아이템을 훔치지는 않는 등, 자기 나름의 규칙을 지켰습니다. 어찌 보면, 모든 게이머는 스스로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제각각 일종의 암묵적인 규칙을 지킨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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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유형: 성취자(Achievers) / 킬러(Killers) / 사교가(Socializerse) / 탐험가(Explorers)
바틀 교수는 게이머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게임 내부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집중하는지 아니면 게임 세계 자체에 집중하는지에 따라 한 축을 긋고, 자기 자신이 뭔가 행동하기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상호작용하기를 선호하는지에 따라 한 축을 긋습니다. 그 두 축에 의해 게이머는 성취자 / 킬러 / 사교가 / 탐험가 네 유형으로 나뉩니다. 이들은 게임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며, 서로 다른 일련의 암묵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그에 따라 암묵적인 규칙을 깨는 행위, 즉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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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취자 (Achievers, 위 표의 1사분면)
성취자란?
성취자는 게임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상호작용보다는 행동 자체를 선호하는 유형입니다. 성취자들은 게임 세계에서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예를 들면 보물을 찾는다든지, 몹을 사냥한다든지, 경험치를 쌓아 레벨업을 한다든지 하는 행동들이 성취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성취자에게 부정행위란?
성취자들은 자신이 게임 내에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위상(status)을 획득하였기 때문에, 다른 사용자들도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게임에서 노력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위상을 획득하는 행위는 (버그를 이용한다든지) 돈으로 박사학위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의 부정행위입니다. 그렇지만 성취자 이외의 다른 유형의 게이머들은 게임에 내재된 어드밴티지(in-game advantage)를 이용하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2) 킬러 (Killers, 위 표의 2사분면)
킬러란?
킬러는 성취자와 마찬가지로 행동하기를 선호하지만, 게임 세계보다는 플레이어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형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킬러는 자기 자신이 움직여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공격하고 해치는 데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한번 맛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것이 PK(player killing, 게임 내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공격해 죽이는 행위)입니다.
킬러에게 부정행위란?
킬러에게는 PK를 방해하는 행위가 부정행위입니다. 예를 들면 공격당한 플레이어가 관리자에게 불평한다든지, 킬러에게 유리한 능력을 없애달라고 건의한다든지 등등… 그렇지만 킬러 이외의 다른 유형의 플레이어들은 이런 행위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3) 사교가 (Socializer, 위 표의 3사분면)
사교가란?
사교가들은 게임 내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상호작용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형입니다. 이들에게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만나 사귈 수 있는 일종의 사교 클럽입니다. 친구들이 게임을 하니까 나도 게임을 하고, 다함께 같은 게임을 하니까 얘깃거리도 늘어나고, 얘깃거리가 늘어나니까 더 친해져서 즐겁고… 사교가들은 게임 자체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사교가에게 부정행위란?
사교가들에게는 게임에서 오로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룹을 결성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그룹이 흩어지는 행위가 부정행위입니다. 이런 LFG(Looking for Group)는 사교가들이 게임에서 바라는 우정 등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교가 이외에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4) 탐험가 (Explorer, 위 표의 4사분면)
탐험가란?
탐험가들은 게임 속의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최대한 많은 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게임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파악하는 것이 탐험가들에게는 즐거움입니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던전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어떤 아이템들이 있는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낱낱이 파악하는, 말 그대로 탐험하는 사람들입니다.
탐험가에게 부정행위란?
탐험가들에게는 게임 내의 새로운 컨텐츠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이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런데 탐험가들의 김을 쫙 빼는 자들이 있으니, 바로 게임의 구석구석을 담은 공략본을 배포해 버리는 사람들과 이를 이용해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입니다. 탐험가들에게는 공략본 배포와 이용이 바로 부정행위인 셈입니다. 그러나 다른 유형의 게이머들은 공략본을 이용하는 데 별다른 거부감이 없습니다.
부정행위(Cheating): 요약
앞에서 소개해 드린 것처럼 부정행위는 게이머 유형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의됩니다. 한 유형의 게이머에게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부정행위라 하더라도, 다른 유형의 게이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유형의 게이머들은 웬만해서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암묵적인 규칙 체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행위가 부정행위가 아니며, 컴퓨터 게임에서는 프로그래밍 되어 있거나 실제 법으로 금지할 수 있는 규칙만이 믿을 만한(reliable) 규칙이라고 바틀 교수는 결론짓습니다.
결론
부정행위에 대한 몇 가지 관점을 소개하며 길게 길게 글을 이어 왔는데, 제 나름대로 간단한 결론을 내려 보겠습니다.
1) 게이미피케이션에서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끊임없이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
게이머들은 제각각 생각하는 자신들만의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남들 눈에는 부정행위라고 생각되는 행동을 합니다. 어쩌면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시스템 그 자체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게이미피케이션 설계자의 의도를 잘 반영하여 시스템에 되도록이면 허점이 없도록 설계하고 끊임없이 보완하는 것이 부정행위를 막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참여자를 잘 이해해야 한다.
좋은 시스템은 참여자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뒷받침될 때만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든, 게임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해하든, 아니면 다른 어떤 관점에서 이해하든, 참여자에 대해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만이 더 나은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이렇게 다시 같은 결론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고객(혹은 부정행위자)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등…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만이 게이미피케이션을 성공시키는 지름길 아닌 지름길입니다. 세 편의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혹시 누군가 다가와서 “쉽고 간편하게 게이미피케이션을 성공시키는 방법이 있습죠”라고 말하면 한 번은 의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글은 이번 글이 마지막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지: 아디오스, 여러분

아디오스, 여러분

 

김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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